제 3화 : 엇갈리는 증언

 

김민지의 동생, 김철수는 떨리는 손으로 은주에게 낡은 나무 의자가 놓인 다방 구석진 자리로 안내했다. 텅 빈 다방 안에는 오래된 커피 향과 옅은 담배 냄새가 섞여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낡은 소파에 마주 앉은 두 사람 사이에는 무거운 침묵이 짙게 드리워졌다. 은주는 김철수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그의 깊게 패인 눈가에는 지울 수 없는 슬픔이 짙게 어려 있었고, 굳게 다문 입술은 오랜 시간 동안 감내해 온 고통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듯 굳어 있었다. 은주는 무거운 침묵을 깨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미스 김... 그러니까, 김민지 씨에 대해 알고 싶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은주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진실을 알고 싶다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김철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힘겹게 과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의 눈동자는 먼 곳을 바라보는 듯 흐릿했고,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누나는 1980년대 초, 바로 이 다방에서 일했어요. 앳된 얼굴에 맑은 눈망울을 가진 누나는 노래도 잘하고, 손님들한테도 친절해서 금세 다방의 인기스타가 되었죠. 하지만... 누나는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었어요." 김철수의 말에 따르면, 김민지는 어릴 적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랐고, 넉넉하지 못한 형편 때문에 힘든 삶을 살아왔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학교를 그만두고 돈을 벌기 위해 다방에서 일하면서 힘겹게 생계를 이어갔지만, 늘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고 한다. 겉으로는 씩씩하고 쾌활해 보였지만, 마음속에는 깊은 상처를 숨기고 있었다.

"그러다... 누나는 운명처럼 어떤 남자와 뜨겁게 사랑에 빠졌어요. 그 남자는 부유한 집안의 외아들이었고, 훤칠한 외모에 자상한 성격을 가진 매력적인 사람이었죠. 남자는 누나에게 첫눈에 반했고, 헌신적인 사랑을 쏟았어요. 누나는 처음으로 행복을 느꼈고, 그 남자와 결혼해서 평범하지만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하지만 김철수의 이야기는 동화처럼 행복한 결말을 향해 가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는 슬픔과 분노가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어느 날, 그 남자의 부모님이 누나를 찾아왔어요. 험악한 인상의 그들은 누나의 과거를 들먹이며, 멸시와 모욕적인 언사를 퍼부었어요. 아들과 당장 헤어지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죠. 누나는 큰 충격을 받았고, 깊은 절망감에 괴로워했어요." 김철수는 격앙된 감정을 억누르려는 듯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의 어깨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은주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김철수를 바라봤다. 그녀는 김민지가 겪었을 고통과 절망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남자는 어떻게 했어요? 누나를 보호해주지 않았나요? 그의 부모님에게 맞서 싸워주지 않았나요?" 은주의 질문에 김철수는 고개를 저으며 체념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남자도 어쩔 수 없었어요. 그는 부모님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누나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하고, 결국 누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누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려진 후, 깊은 슬픔과 배신감에 잠겼어요.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고독감을 느꼈겠죠." 김민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려진 후, 매일 밤 눈물로 지새웠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후, 갑자기 다방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누나가 왜 사라졌는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몰라요.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어요. 그들은 가난한 다방 여종업원의 실종 사건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던 거죠. 가족들은 누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저는 믿지 않았어요. 누나는 겉으로는 여려 보여도,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었으니까요. 저는 누나가 살아있을 거라고 믿고,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누나를 찾아 헤맸어요." 김철수는 떨리는 목소리로 간절하게 말했다. 은주는 김철수의 슬픔과 간절함에 깊이 공감했다. "저도 누나를 찾고 싶어요. 엄마는 누나에 대해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엄마가 숨기고 있는 진실을 밝혀내고, 누나를 꼭 찾을 거예요." 은주의 눈빛은 굳은 의지로 빛나고 있었다.

김철수는 은주의 단호한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실... 누나가 사라지기 직전에, 어떤 여자와 크게 다퉜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 여자는 누나와 같은 다방에서 일하는 동료였는데... 질투심이 많고 성격이 드셌다고 해요. 누나의 인기를 시기하고 질투해서, 늘 누나를 괴롭혔다고 하더군요." 김철수의 말은 은주의 마음을 강하게 흔들었다. 엄마가 그토록 숨기고 있는 사람이 혹시 김민지와 다퉜던 동료 여자가 아닐까? 은주는 잊고 있었던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르는 듯 혼란스러웠다.

은주는 김철수에게 그 동료 여자의 이름이나 특징에 대해 자세히 물어봤지만, 안타깝게도 김철수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이름은 기억나지 않아요. 하지만 다방 마담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그 마담도 어디에 사는지 전혀 알 수 없어요. 수십 년 전에 이미 이 동네를 떠났다고 들었어요." 은주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방 마담을 반드시 찾아내기로 굳게 결심했다.

다음 날, 은주는 1980년대에 다방을 운영했던 사람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다방은 문을 닫았고, 다방 마담들의 행방은 묘연했다. 마치 사라진 퍼즐 조각을 찾는 것처럼 막막했다. 그러던 중, 은주는 우연히 낡은 신문 기사를 발견했다. 빛바랜 흑백 사진과 함께 실린 기사에는 1980년대에 젊은 나이에 뛰어난 사업 수완을 발휘하여 다방 업계의 신화로 불렸던 유명한 다방 마담의 인터뷰가 실려 있었다. 은주는 기사에 실린 다방 이름과 마담의 이름을 꼼꼼히 확인했다.

 

 

 

기사 속 다방은 안타깝게도 이미 오래전에 문을 닫았지만, 은주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담의 이름을 인터넷 검색창에 입력해봤다. 놀랍게도, 기사에 실린 마담의 이름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현재 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은주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마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1980년대에 OOO 다방을 운영하셨던 OOO 마담님이 맞으신가요? 실례가 안 된다면, 김민지라는 아가씨에 대해 여쭤볼 것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연락드렸습니다." 은주는 답장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며칠 뒤, 은주에게 마침내 답장이 왔다. "맞습니다. 제가 바로 OOO입니다. 그런데, 김민지라니... 잊고 지냈던 이름이네요. 무슨 일로 그 아이를 찾으시는 거죠?" 은주는 흥분된 마음을 감추고, 김민지와 관련된 모든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마담님, 혹시 김민지라는 아가씨에 대해 아는 것이 있다면, 제게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 아이의 죽음에는 끔찍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들었습니다." 마담은 잠시 고민하는 듯 답장이 없었다. 은주는 초조하게 화면을 바라보며 답장을 기다렸다. 마침내, 마담은 무거운 침묵을 깨고 은주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김민지... 그 아가씨는 처음부터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아이였지. 그리고... 그 아이의 죽음에는 끔찍한 비밀이 숨겨져 있어. 그 비밀을 알게 되면, 자네도 위험해질 수 있네."

 

 

다음 화 예고: 다방 마담은 은주에게 김민지의 죽음에 얽힌 충격적인 비밀을 털어놓는다. 은주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더욱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고, 예상치 못한 인물과 마주하게 되는데... 과연 은주는 김민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까? 그리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제 1화 : 어둠 속의 진실

제 1화 어둠 속의 진실